📐유럽 브랜드는 공간에 '이것'을 설계한다

2025. 10. 30.

2025.10.31ㅣ잘림 없이 보기ㅣvol.358

요즘 다녀온 곳 중 기억에 남는 공간이 있으신가요? 괜히 자꾸 떠오르고 그 동네를 생각하면 같이 떠오르는 그런 곳이요.

종종 브랜드가 만든 공간이 단순히 쇼룸을 넘어 동네의 랜드마크가 되거나 공기를 바꾸곤 하죠. 특히 '경험 소비'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른 요즘, 그런 공간을 설계하는 힘은 브랜드의 자산이 됩니다.

도서 '감각의 설계자들'은 '감각'이 곧 크리에이티브를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수단이라고 말하는데요. 유럽의 브랜드들이 공간을 통해 어떻게 감각을 설계하고, 그걸 비즈니스 전략으로 전환하는지를 들여다보는 책입니다. 좋은 공간들과 멋진 사진을 보는 재미에 유럽 여행이 가고 싶더라고요.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하는 브랜드라면 좋은 레퍼런스 창고가 될 것 같고요.

김양아 저자를 직접 만나 유럽의 브랜드들이 철저하게 '감각'을 설계하는 법, 그리고 공간이 왜 브랜드 자산이 되는지 물었습니다. 더불어, 서울 골목 골목의 랜드마크가 된 공간들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Editor 희수 -

◾ 공간은 어떻게 브랜드 자산이 되는가.. 유럽에서 찾은 ‘감각의 설계자들’

◾ '비정상의 미(美), 젠틀몬스터 ‘하우스 노웨어 서울’
◾ 도심 속 달항아리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 서울이 사랑하는 서재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공간은 어떻게 브랜드 자산이 되는가.. 유럽에서 찾은 ‘감각의 설계자들’

#감각의설계자들 #유럽 #브랜드경험

프랑스 파리의 사마리텐 백화점 내 편집숍. ⓒ프랑스관광청

📕 오늘날 소비자는 단순히 물건을 사지 않습니다. 오감을 사용해 브랜드를 '경험'하죠. 브랜드 역시 더 이상 제품만으로 승부하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무엇을 보았는지, 어떤 분위기를 느꼈는지, 그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는지가 곧 경쟁력이 되는데요.

📕 도서 '감각의 설계자들'은 김양아 어메이즈 대표가 지난 10년간 유럽 도시들을 발로 뛰며 수집한 브랜드 사례를 담은 책입니다. 저자는 22년 경력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기획자인데요.

📕 미식부터 도시개발까지. 유럽의 브랜드들이 어떻게 감각을 설계하는지 그리고 그 설계가 어떻게 ‘브랜드 자산’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관찰하고 또 수집해 부지런히 기록했어요.

📕 유럽의 브랜드들은 어떻게 ‘자신만의 공기’를 만들고 그 감각을 운영의 언어로 번역했을까요? 브랜더쿠 에디터가 자세히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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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의 미(美), 젠틀몬스터 ‘하우스 노웨어 서울’

#SpaceBranding #GentleMonster #Seongsu

By 인턴 경원

성수동을 걷다 보면 공장과 카페, 갤러리와 브랜드 쇼룸이 뒤섞인 독특한 풍경이 이어집니다. 산업의 흔적과 새로운 문화가 공존하는 이곳에, 도시의 분위기를 단숨에 바꿔버린 건물이 등장했죠. 요즘 서울에서 가장 핫한 곳, 젠틀몬스터의 신사옥 ‘하우스 노웨어 서울(HAUS NOWHERE SEOUL)’입니다.

ⓒGentleMonster

‘하우스 노웨어’는 이름 그대로 ‘어디에도 없는 공간’을 뜻하며, 브랜드가 상상하는 미래 리테일의 방향을 실험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도산, 상하이, 선전에 이어 성수에 문을 연 이 네 번째 하우스는 젠틀몬스터가 구축해온 감각의 세계를 도시 속에서 완성해낸 공간이에요.

저도 다녀왔는데요. 처음 마주한 순간,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러내더라고요. 성수동에 걸맞은 공장의 거친 질감 위에 미래적 선이 겹쳐지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전시처럼 보이는 효과까지. 마치 ‘성수’라는 도시가 젠틀몬스터의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된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GentleMonster

내부는 브랜드들의 감각 실험으로 채워졌습니다. 젠틀몬스터의 설치미술, 탬버린즈의 향, 누데이크의 디저트, 어티슈의 소재, 누플랏의 테이블웨어까지. 다섯 개의 브랜드가 각자의 언어로 감각을 확장합니다. 이 차이가 뒤섞이지 않고, 하나의 일관된 세계로 엮여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하우스 노웨어 서울’은 브랜드의 철학이 도시와 만나는 지점입니다. 성수동의 거친 풍경 속에서 예술, 산업, 소비가 한데 어우러지며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어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단순히 제품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도시 속에서 브랜드의 세계를 체험하러 오는 여행자가 됩니다.

ⓒGentleMonster

젠틀몬스터는 이번 공간을 통해 말합니다. “브랜드는 물건이 아니라, 경험으로 기억된다.” 그 문장이 가장 완벽하게 구현된 장소가 바로 이곳, 하우스 노웨어 서울입니다.

📍 하우스 노웨어 서울 / 서울 성동구 뚝섬로 433

도심 속 달항아리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SpaceBranding #Amorepacific #Yongsan

By 인턴 경원

용산의 스카이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유리와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거대한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2017년 완공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완공과 동시에 용산의 랜드마크로 단숨에 떠올랐죠.

ⓒAmorepacific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이 건물은 한국 전통의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은 정제된 형태로, 빛과 여백, 그리고 균형의 미학을 담고 있다고 해요. 사각형의 건물 중앙에는 거대한 중정(中庭)이 뚫려 있어 햇살이 사무공간 깊숙이 스며들고, 내부 곳곳에는 세 개의 옥상정원이 자리해 도시 한가운데서 자연의 숨결을 느끼게 합니다. 고요하고 절제된 공간 속에서 ‘아름다움과 조화’라는 브랜드의 철학이 자연스럽게 체화됩니다.

ⓒAmorepacific

무엇보다 이 사옥이 특별한 이유는 ‘회사’의 울타리를 넘어 ‘도시의 일부’로 기능한다는 점입니다. 1층 로비와 지하층은 시민에게 개방되어 있으며, 전시 공간과 식당, 카페가 함께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죠.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며 예술을 감상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열리는 전시와 프로그램들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감각적 경험을 일상 속에 스며들게 만듭니다.

유리로 이루어진 개방적인 구조는 ‘소통’의 상징이 되고, 은빛의 외관은 ‘순수함’과 ‘정제된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는 곧 아모레퍼시픽이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맞물리고요.

ⓒAmorepacific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도시와 브랜드가 공존하는 새로운 형태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용산의 풍경 속에서,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도시의 소음을 잠재우는 건축물. 산업적 재질감과 예술적 미감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우리는 ‘고요함 속의 존재감’이라는 아모레퍼시픽의 철학을 발견합니다.

📍 아모레 퍼시픽 본사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00 아모레퍼시픽

서울이 사랑하는 서재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SpaceBranding #Hyundaicard #Itaewon #Jongno #apgujeong

By 인턴 경원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디지털 시대. 현대카드는 오히려 아날로그 감성으로 돌아가, 브랜드의 철학을 ‘공간’이라는 형태로 구현했습니다.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현대카드의 미학과 정체성이 살아 있는 ‘영감의 장소’로서의 라이브러리로 사랑받고 있는데요. 주로 다루는 콘텐츠에 따라 이름을 붙여 아카이빙한 점도 눈에 띕니다.

각각의 공간은 지역의 맥락을 존중하면서도, 브랜드의 철학을 공간에 스며들게 한 결과물입니다. 사용자는 ‘현대카드를 가진 사람만이 들어올 수 있는 특별한 세계’를 경험하며, 그 경험 자체가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집니다. ‘혜택이 아닌 경험’으로 소비자를 묶어두는 방식으로, 카드 사용을 자연스럽게 일상의 일부로 만든 셈입니다.

ⓒHyundaicard

📍 디자인 라이브러리 (가회동)
북촌의 고즈넉한 골목 사이, 한옥과 현대 건축이 공존하는 가회동에 자리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를 상징합니다. 기와와 콘크리트가 조화된 건물 안에는 전 세계의 디자인 서적이 빼곡히 채워져 있죠.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이 아니라, 디자인이라는 언어로 현대카드의 감각을 체험하는 공간입니다.

ⓒHyundaicard

📍 뮤직 라이브러리 (이태원)
음악과 자유의 상징, 이태원에 위치한 뮤직 라이브러리는 대중음악의 역사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바이닐의 질감, 철제 구조의 거친 인테리어, 이퀄라이저처럼 배열된 책등 색상까지. 뉴욕 브루클린의 거리를 연상케 하는 공간 속에서,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공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합니다.

ⓒHyundaicard

📍 쿠킹 라이브러리 (압구정)
압구정의 주거 지역 한켠에 자리한 쿠킹 라이브러리는 요리를 읽고, 만들고, 맛볼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입니다. 향신료와 재료의 향이 퍼지는 인그리디언츠 하우스, 실제로 요리를 시연할 수 있는 주방 공간은 요리라는 주제를 통해 삶의 감각을 일깨웁니다. ‘먹는 것’의 본질을 탐구하며, 브랜드가 제안하는 ‘생활의 미학’을 완성한 곳입니다.